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장바구니 물가에서 시작해 우리가 즐기는 여가생활, 심지어 생존에 필요한 식량 공급망까지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과값 폭등, 라면값 상승, 스키장 폐쇄와 같은 일상의 변화는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증거입니다.
북극곰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의 문제로 체감되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과값 폭등과 탄저병의 확산
최근 사과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닙니다. 작년 집중호우로 인해 탄저병이 확산되면서 사과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탄저병은 비가 많이 올 때 훨씬 더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 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탄저 이슈는 사과만이 아니라 단감 등 다른 과일에서도 나타났으며, 일부 농민은 탄저병을 막기 위해 농막에서 장작을 때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래 전망입니다. 과거 30년과 현재를 비교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과 재배가 가능했지만, 30년 후에는 재배 적지가 크게 줄어들고, 50년 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만 남게 됩니다. 2070년이 되면 한국에서 사과 재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대구 사과로 유명했던 우리나라의 사과 재배지는 이미 북상하고 있으며, 지금의 아이들에게 사과는 정말 귀한 과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고, 언젠가는 아예 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2021년 대파와 양상추가 폭등했던 '파테크' 사태와도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농산물 가격 급등과 수요 공급의 불안정은 기후변화의 명확한 시그널이자 위기의 조짐입니다.
식량안보 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라면의 주원료인 밀은 우크라이나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원 중 하나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세계 두 번째 밀 공급국인 인도가 수출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2022년 인도에서 섭씨 50도를 기록하는 극한 폭염이 발생하면서 날아가던 새가 떨어져 죽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50도는 단순히 공기 중 온도만이 아니라 아스팔트나 자동차 보닛 같은 열 흡수 물질은 거의 100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워져 손을 댈 수조차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결국 인도 총리는 자국 밀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수출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같은 시기 미국도 엄청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였기 때문에 세계적인 밀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생리대의 주원료인 면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텍사스주의 엄청난 가뭄과 세계 5위 면화 생산국인 파키스탄의 대홍수로 면화 공급망에도 큰 타격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의 밀 공급 문제는 우리나라의 라면, 짜장면, 칼국수 가격 상승이나 내용량 감소로 직결됩니다.
역사적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는 문명의 붕괴를 초래했습니다. 마야문명은 8세기에 인구 1,500만 명이 넘는 거대한 도시 문명이었지만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전 세계 24개 국가의 과학자들이 수년간 연구한 결과, 마야 문명 붕괴 시기와 중앙아메리카의 심각한 가뭄 시기가 일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마야인들에게 옥수수는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왕은 옥수수의 신이고 세계는 옥수수 밭이라고 믿을 정도로 중요했는데, 가뭄으로 옥수수 농사가 힘들어지자 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결국 문명이 사라졌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1차 대전, 2차 대전 같은 전쟁에도 문명이 사라진 적은 없었지만, 기후변화는 문명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스키장 소멸과 스노팩의 중요성
기후변화는 우리의 여가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스포츠 중 가장 빨리 사라질 것은 바로 스키입니다. 겨울이 짧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스키장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공눈을 뿌리는 것도 조건이 있는데, 어느 정도 추운 날씨와 습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 조건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같은 유명 스키장들이 눈 대신 논밭처럼 변한 사진이 화제가 되었는데, 원래 자연설에 의존하던 유럽 스키장들이 최근 한국의 인공눈 제설 기술을 배우러 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스키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을 넘어섭니다. 땅에 쌓여 있는 눈을 스노팩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구 시스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날이 추우면 눈이 내려서 녹지 않고 켜켜이 쌓이는데, 온난화로 인해 스노팩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습니다. 눈은 하얀색이기 때문에 태양빛을 많이 반사해 땅을 데울 수 있는 에너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눈이 녹으면 그 에너지가 그대로 땅에 흡수되어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됩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눈이 녹으니까 햇빛이 더 많이 들어와 더 빨리 데워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후공학 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화이트루프라고 하는 하얀 지붕이 그 예인데,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건물을 하얗게 칠해 햇빛 반사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미국에서도 시도했지만 너무 큰 도시에서 하얗게 칠하니 비행기 파일럿이 눈이 부셔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하얗지 않지만 하얀색과 같은 반사율을 가진 물질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스노팩이 사라지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눈은 수자원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로, 눈이 서서히 녹아 지하수와 하천수가 되고 강으로도 흘러갑니다. 이것이 부족해지면 산불이 더 세집니다. 실제로 강원도 영동, 삼척 지역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는데, 지난 70~80년 기상 레코드를 보면 엄청난 강수량 부족이 있었습니다. 나무가 마른 장작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에 큰 불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스노팩은 보온 역할도 합니다. 겨울에 눈이 담요처럼 땅을 덮고 있으면 땅속의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않아 오히려 땅속이 위보다 따뜻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곤충과 동물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인데, 스노팩이 사라지면 생물 다양성까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봄꽃이 점점 빨리 피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계속 빨라지다 보면 어느 순간 벚꽃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성인인 우리가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폭염이나 한파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전염병은 다릅니다. 2010년 이전 국내에서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라임병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이 발병했고, 말라리아 환자도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줄고 진드기 같은 매개체가 서식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비평처럼 기후위기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장바구니 물가와 생활비로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습니다. 무섭지만 더 실감 나고, 그래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09BoXr127t4